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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 Eat & Life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상실의 시대 와타나베를 떠올리며

by 라현파파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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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의 표지입니다. 저 그림의 의미를 찾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으나 못찾았네요. 혹시 의미를 아시는 분이 있을까요?

 

제목과 같습니다.
참 쓸쓸한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을 처음 읽은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처음 읽고 나서 마치 교과서를 외우듯이 수십번은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 상실의 시대는 저의 20대 초반의 바이블과 같은 책이었습니다. 고독한 것을 좋아해서 였던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이책을 보면서 나는 그래도 괜찮네, 라고 안도를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때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은 우선 야한 것이 많다… 였던 것이 있을 것이고 두번째로는 허참, 쓸쓸하구먼. 이었습니다.
이 쓸쓸하기 그지 없는 소설을 뭐그리 좋다고 달달 외우듯이 읽었었는지 지금도 의문입니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허세 가득한 등장인물인 나가사와 선배가 얘기한 “개츠비를 3번이상 읽지 않으면 대화가 통화지 않는다” 라는 대사를 보고서 저도 꾸역꾸역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위대한 개츠비도 참으로 허무하고 쓸쓸하기는 마찬가지였네요)

제가 읽은 하루키의 이전작인 1Q84는 상당히 흥미진진한 소설이었습니다. 어울리는 단어일지는 모르겠지만 스릴넘치는 전개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두꺼운 책을 일주일만에 완독했습니다.
제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의 초반에서 느꼈던 것도 조금은 비슷했습니다. 생각보다 전개가 흥미로워서 결말을 알고싶어서 뒤쫓듯이 책을 읽어내려갔으니깐요.

하지만, 마지막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을 읽고, 하루키의 후기까지 읽고나서 책을 덮은 다음 느껴지는 감정은, 상실의 시대에서 느꼈던 와타나베의 쓸씀함이었습니다.

책을 덮은 곳은 출근하는 지하철 2호선이었고 마침 잠실대교를 건너던 중이라 한강과 아침햇살을 한껏 받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드는 생각은 ‘아… 이렇게 끝나면 나는 어떻하라고…’ 하는 감정이었네요.

이제 40대 중반이 되어서 이책을 다 읽고나니 드는 감정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한단어로 말한다면 쓸쓸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조금 더 부연을 하자면 ‘어차피 그럴 수 밖에는 없겠다’일 것 같습니다.

순서가 조금 어긋낫지만 이제 ‘기사단장 죽이기’도 읽어야 할 것 같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쉽게 읽힌다. 겠네요. 다독이 목표라면 좋은 책일지도..(생각해보면 일본문학이 쉽게 읽히는 편입니다. 이것은 번역의 역할보다는 책 자체가 그렇습니다. 일본에서 오래 살면서 원서를 많이 본 경험에서 이것은 확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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