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듯섬세한영화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처음 봤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다른나라에서’(2012)였습니다. 대충스러운 만듦새가 오히려 신선하고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 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감독의 연출스타일 이더군요. 

봉준호 감독이 클리셰하나하나 세세하게 신경쓰고 대사하나하나까지 완벽한 준비 후에 촬영에 들어가는 것과 정반대의 스타일입니다. 주제와 간소화된 대사정도만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애드립, 그리고 주변상황에 모든 것을 맞춰갑니다. 무엇이 더 좋은 방법이다, 라고 하기는 뭐하고 연출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번에 본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도 역시 홍상수감독의 느낌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묘한듯 닮은 2개의 시나리오를 통해서 맞고틀림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대충만든 영화에 어울리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만들어졌습니다. 보면서 뭐지? 라는 느낌이었는데 두번째 시나리오가 끝나고 나니 작은 차이로 생기는 변화를 절묘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이렇게 남녀사이의 감정선을 무심하지만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간략화된 시나리오와 콘티로 배우들의 감정과 연기를 여기까지 끌어내게 하다니 이것만 봐도 그는 역시 천재감독입니다.

#까메오라 하기엔 영화에 제법 큰 영향을 주는 유준상과 고아성도 등장합니다

홍상수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을 알고서 보게 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바이어스가 낄수밖에 없더군요. 알게 모르게 카메라 테이크와 배우배치에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홍상수감독에게는 불륜을 하기위한 예행연습 같은 영화라고 해야할까요.. 암튼 그의 개인적인 사정과 연관지어서 영화를 보게 되니 좀 묘하더군요.

이런 그의 사생활을 차치하더라도 볼 가치는 충분한 영화입니다.